화성의 액체 물 존재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연구
100여 년 전,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은 화성에 운하가 존재하며, 이 운하들이 화성의 극지방 얼음에서 물을 끌어와 건조한 저지대로 분배하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곧 운하를 건설할 화성인의 존재를 암시하는 것이었습니다. 더 정밀한 망원경의 등장으로 로웰의 주장은 틀린 것으로 밝혀졌지만, 화성에 액체 물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액체 물은 행성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인지 판단하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화성의 낮은 온도, 대기압, 수증기압의 조합은 화성에서 발견되는 액체 물이 즉시 얼거나 끓거나 증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액체 물의 존재 가능성은 낮게 여겨져 왔습니다.
반복되는 경사면 줄무늬와 액체 물 가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화성에 액체 물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계속 제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반복되는 경사면 줄무늬(RSL)"의 발견입니다. RSL은 화성의 특정 지역의 가파른 경사면에서 발견되는 어두운 선형의 특징입니다. RSL은 액체 물의 행동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계절에 따른 변화를 보이며, 따뜻한 계절에는 나타나고 추운 계절에는 사라집니다. 화성 영구 동토층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줄무늬와 다각형 모양 또한 열 순환의 증거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잠재적인 액체 염수(소금물)의 존재에 대한 주장도 제기되었습니다.
새로운 연구, 액체 염수의 존재 가능성에 의문 제기
하지만 미국 국립 과학 아카데미의 공식 저널인 '미국 국립 과학 아카데미 회보'에 발표된 새로운 논문은 RSL, 영구 동토층, 염수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화성에서 액체 물을 발견할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화성 액체 염수의 모호한 본질"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아칸소 대학 우주 및 행성 과학 센터의 부교수인 빈센트 셰브리에와 텍사스 주 휴스턴의 달 및 행성 연구소의 박사후 연구원인 레이첼 슬랭크가 공동 저술했습니다. 슬랭크는 셰브리에와 함께 아칸소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셰브리에는 지난 20년간 화성에서 액체 물의 흔적을 연구해 왔습니다. 즉, 그는 누구보다 화성에 액체 물이 존재하기를 바라지만, 현재로서는 그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연구는 기존에 제기되었던 화성 액체 물 존재의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제시하며, 향후 화성 탐사 및 연구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화성 액체 물 존재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 논문의 목표는 화성 액체 물 존재에 대한 현재까지의 지식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셰브리에는 "화성의 액체 물 상태에 대해 연구 논문들이 말하는 내용에 대한 많은 혼란, 오해, 그리고 잘못된 해석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논문을 오랫동안 쓰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반복되는 경사면 줄무늬(RSL)의 새로운 해석
저자들은 RSL을 자세히 살펴보면 물 없이도 모래와 먼지의 흐름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화성 궤도선에서 얻은 데이터 역시 RSL 형성에 액체 물이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해주지 못합니다. 기존 연구에서는 RSL이 액체 물의 흐름으로 인해 생긴 지형이라고 주장되었으나, 이 논문에서는 액체 물이 아닌 건조한 물질의 이동으로도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염수 가설의 가능성과 한계
일부 연구자들은 지구의 바다와 같이 높은 염분 농도를 가진 용액인 염수가 화성에서 액체 물을 찾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염수는 훨씬 낮은 온도에서 얼 수 있으며, 화성에는 염분이 풍부합니다. 이러한 염분 중 과염소산염은 가장 유망해 보입니다. 과염소산염은 공융 온도(혼합물의 녹는점이 단일 성분보다 낮은 온도)가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과염소산 칼슘 염수는 영하 75도에서 고체화되는 반면, 화성의 평균 표면 온도는 적도에서 영하 50도이므로 이론적으로 과염소산 칼슘 염수가 특히 지하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염수가 안정적인 액체를 형성할 가능성에 대한 모든 찬반 주장을 검토한 결과, 가장 유망한 염분의 상대적으로 적은 양, 수증기압, 얼음의 위치 등 여러 제한 요인들이 "표면 또는 얕은 지하에 존재하는 염수의 양을 크게 제한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또한 염수가 형성된다 하더라도 "지구의 기준으로는 매우 살 수 없는 환경"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즉, 염수가 존재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 양이 매우 적고 지구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입니다.
화성 탐사의 미래 방향
논문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들은 "이러한 단점과 제한에도 불구하고 화성 생명체가 이러한 염수에 적응했을 가능성과 일부 지구 유기체가 그 안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며, 이는 화성에 생명체가 현재 존재할 경우 행성 보호를 위한 고려 사항이 된다. 따라서 현장에서 염수를 탐지하는 것은 화성 탐사의 주요 목표로 남아 있다"고 언급합니다. 즉, 염수의 존재 가능성이 낮더라도 화성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한 탐사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향후 저자들은 소량의 염수를 탐지하는 데 필요한 장비 개선, 염수를 찾을 최적의 장소 식별 개선, 화성 조건에서 더 많은 실험실 측정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 확보 등을 다음 과제로 제시합니다. 셰브리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우리의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성은 여전히 차갑고 건조하며 완전히 살 수 없는 사막으로 남아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 연구는 화성 액체 물 존재 가능성에 대한 기존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며, 향후 화성 탐사 및 연구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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